형사사건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반성은 법원의 양형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성매매 범죄(성매수·성매매 알선·성매매 장소 제공 등) 는 단순한 일탈이나 개인적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엄성과 사회 구조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반성의 깊이를 더 엄격하게 요구받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반성문을 접하다 보면, 내용은 비슷한 데 비해 ‘진정성’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많은 반성문이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라는 문장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매매 범죄에서 법원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선언이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이 가능했는지, 그리고 그 행위가 누구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나아가 앞으로 어떻게 같은 행동을 막을 것인지에 대한 구조적·심리적 성찰입니다.
이 칼럼에서는 성매매 범죄 혐의자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4가지 반성의 핵심 포인트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반성문을 잘 쓰기 위한 요령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마주해야 할 진짜 반성의 본질’을 다루는 글입니다.
1. 성매매 범죄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행위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성매매 범죄에서 가장 먼저 인식해야 할 부분은, 성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단순한 금전 거래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는 점입니다. 성매매는 ‘합의’라는 이름을 쓰더라도, 그 이면에는 경제적 취약성, 사회적 약자성, 구조적 착취가 자리합니다. 즉, 상대를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돈을 주면 접근 가능한 대상, 나아가 상품으로 바라보게 되는 심리적 전환이 일어난 것입니다.
반성문에서는 이 지점을 반드시 짚어야 합니다.
- 상대방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
- 그 사람의 선택에는 절박함과 생계의 문제가 뒤섞여 있을 수 있다는 점,
- 내 욕구 충족을 위해 타인의 취약성을 이용했다는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반성의 출발선에 서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 큰 성인이 서로 합의한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합니다. 그러나 성매매 범죄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 구조에 ‘수요자’로서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피해에 가담한 것입니다.
2. 성매매 시장이라는 구조적 병폐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성매매는 개인의 일탈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구매 행위 뒤에는 수많은 중간 알선자, 성 착취 구조, 불법 산업이 따라붙습니다. 법이 성매매를 처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성매매 범죄에서 반성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나쁜 짓을 했다’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강화하는 데 내가 일조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성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해가 녹아 있어야 합니다.
- 내가 지불한 돈은 누군가에게는 착취 구조를 유지시키는 비용이 됩니다.
- 나의 행위는 성 산업을 유지시키는 ‘수요의 일부’였습니다.
- 사회적 약자의 삶을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는 구조에 기여한 셈입니다.
이 지점을 성찰하지 않는다면, 반성문은 공허한 사과에 그치게 됩니다.
3.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준 상처를 직면해야 합니다
법원은 반성의 깊이를 볼 때, 피고인이 주변 관계에 미친 영향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도 살핍니다. 성매매 범죄는 특히 가정·배우자·자녀·연인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우자는 배신감을 넘어, 존엄성의 훼손을 경험합니다. 자녀는 해당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충격을 겪습니다. 가족은 사회적 낙인, 실망, 불안감 속에서 함께 고통을 받습니다.
반성문에는 다음과 같은 시선이 필요합니다.
- 내 한 번의 행동이 가족 전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 신뢰가 무너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 가족에게 어떤 방식으로 회복을 약속하고 있는지
단순히 “가족에게 미안합니다.”가 아니라, 내 행위가 가족관계의 기반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재범 방지를 위한 구체적 계획과 행동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반성은 과거에 대한 사유(思惟)이고, 재범 방지는 미래로 향하는 실천입니다. 반성문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가 드러나야 합니다. 즉, 변화의 실천 → 계획 → 실행 경로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합니다.
- 성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참여
- 심리 상담 또는 상담 예정 사실
- 다시는 같은 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생활습관 점검
- 충동성·외로움·회피 등 개인적 요인에 대한 진단과 수정 노력
- 사회적 책임을 되새기기 위한 봉사활동 등 실천적 행동
이때 중요한 점은, 교육이나 상담을 “형량을 위해 억지로 했다”는 뉘앙스가 아니라, 스스로의 문제를 인정하고 교정하려는 과정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진정한 반성은 ‘문장’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에서 드러납니다
반성문은 종종 “법원 선처를 얻기 위한 문서”라고 오해됩니다. 하지만 성매매와 같이 사회적 약자·경제적 취약계층의 삶과 맞닿아 있는 범죄에서, 반성의 진정성은 몇 줄의 글로 포장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법원은 글보다 태도, 문장보다 변화, 선언보다 실천을 봅니다.
성매매 범죄의 반성은 결국 자신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다시 세우는 과정입니다. 이 사건이 일생에서 가장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성찰이 실천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법적 선처를 넘어서, 당신의 미래를 다시 세우는 가장 단단한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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