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공간, 마주함

2026.01.19

딥페이크 범죄는 디지털 성범죄의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 수사의 패러다임은 ‘확보’에서 ‘압박’으로 변했습니다.

수사기관은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폐쇄형 플랫폼의 보안성을 뚫기 위해 위장 수사와

고도의 포렌식 기술을 총동원합니다.

이 과정에서 억울한 사정이 있거나 가담 정도가 경미한 피의자들조차 초기 대응의 실패로 인해

과중한 처벌을 받는 안타까운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형사 피의자에게는 헌법이 보장하는 ‘방어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딥페이크 범죄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행하는 어설픈 대응은

오히려 본인의 목을 죄는 밧줄이 됩니다.

딥페이크 범죄

안녕하세요, 한국준법윤리교육원 김우혁 Head Coach입니다.

오늘은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 범죄와 관련하여,

실무 현장에서 목격한, 피의자를 파멸로 이끄는 5가지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디지털 자살(Digital Suicide): “무서워서 지웠다”는 말이 구속 사유가 되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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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이 예견되거나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피의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텔레그램 대화방을 나가거나 앱을 삭제하는 것입니다.

본능적인 방어 기제이지만,

법률적으로는 ‘증거인멸의 우려’를 스스로 입증하는 자살행위입니다.

  • 법리적 실책: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른 구속 사유 중 가장 강력한 것이 ‘증거인멸의 염려’입니다. 계정 탈퇴나 초기화 정황은 판사로 하여금 “이 피의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증거를 조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확신을 주어 구속영장 발부의 결정적 근거가 됩니다.

  • 기술적 실책: 현대의 디지털 포렌식은 SQLite 데이터베이스의 WAL(Write-Ahead Logging) 파일이나 비할당 영역(Unallocated Space)에 남은 파편을 통해 삭제된 대화 내역을 상당 부분 복구합니다. 즉, 증거는 남고 ‘인멸 시도’라는 죄질만 추가되는 꼴입니다.

2. 절차적 항복(Procedural Surrender): 수사관의 ‘회유’에 넘겨준 백지위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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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조하면 금방 끝납니다”, “비밀번호 알려주시면 영장 없이 좋게 가시죠.” 수사관의 이 달콤한 말은

피의자의 ‘전자정보 임의제출 참여권’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전략입니다.

  • 판례의 경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1도11170)은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을 받았더라도 ‘혐의 사실과 관련된 정보’만 선별해서 가져가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 위험성: 참여권을 포기하고 휴대폰을 통째로 넘기는 행위는 수사기관에 자신의 모든 사생활을 훑어볼 수 있는 ‘백지위임장’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딥페이크와 상관없는 과거의 사적인 사진이나 별건의 범죄 혐의(여죄)가 발견되어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3. 호기심의 함정(The “Curiosity” Trap): 로그 기록과 배치되는 안일한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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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인 줄 몰랐다”, “단순히 호기심에 한 번 눌러봤다”는 부인은 가장 흔하지만, 가장 위험한 전략입니다.

  • 미필적 고의의 인정: 우리 법원은 “이것이 성착취물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시청했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합니다. 텔레그램 채널명이 ‘지인능욕’, ‘합성’ 등 자극적인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었다면 “몰랐다”는 주장은 신빙성을 잃습니다.

  • 객관적 물증과의 모순: 수사기관은 이미 피의자의 접속 경로, 체류 시간, 검색어 기록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객관적 데이터와 정반대되는 진술은 피의자를 ‘반성하지 않는 거짓말쟁이’로 낙인찍어 기소유예 등 선처의 기회를 원천 차단합니다.

4. 기술적 무지(Technical Ignorance): “스트리밍은 소지가 아니다”라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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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피의자가 “내 휴대폰에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았으니 소지죄가 아니다”라고 강변합니다.

이는 현대 디지털 환경의 작동 원리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나오는 무모한 확신입니다.

  • 캐시(Cache)의 배신: 동영상을 스트리밍하면 웹 브라우저나 앱은 원활한 재생을 위해 데이터를 임시 폴더에 ‘캐시 파일’ 형태로 저장합니다. 포렌식 도구는 이 조각들을 모두 찾아냅니다.
  • 시청죄 신설: 무엇보다 성폭법 개정으로 이제 ‘시청’ 자체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파일 저장 여부’라는 낡은 논리에 매몰되다 보면, 오히려 “시청의 고의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됩니다.

5. 치명적 접촉(Fatal Contact): 피해자를 향한 성급한 사과가 부르는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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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능욕형 딥페이크 사건에서 피의자들은 두려움에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합의를 구걸하곤 합니다.

이는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범죄를 창조하는 행위입니다.

  • 추가 입건의 위험: 피해자가 거부하는데도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행위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합의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고압적인 언행이 섞이면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협박으로 가중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 구속의 지름길: 피해자에 대한 직접 연락은 수사기관 입장에서 ‘피해자에 대한 위해’이자 ‘진술 번복 유도’로 간주되어 구속영장 청구의 결정적 사유가 됩니다. 합의는 반드시 변호인이라는 법률적 완충 지대를 거쳐야 합니다.

결론: 감정적 호소가 아닌 법리적 방어가 필요한 때

딥페이크 성범죄 수사는 더 이상 ‘한 번의 실수’로 치부되지 않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엄벌 의지가 투영된 수사 기법은 피의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치밀하고 정교합니다.

지금 이 순간 딥페이크 관련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상 유지(Status Quo)’입니다.

무엇을 지우거나, 누구를 만나거나, 성급히 자백하기 전에 자신의 디지털 흔적을 법리적으로 분석해 줄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십시오.

정당한 방어권 행사는 범죄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 이상의 과도한 처벌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헌법상의 권리입니다.

초기 대응에서의 한 번의 실수가 당신의 남은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국준법윤리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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