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공간, 마주함

2025.10.22

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반성’은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일 것이다. 누구나 “후회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약 1시간이면 끝나는 온라인 성범죄예방교육을 듣고, 이수증을 발급받아 제출한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은 그 말과 단순한 그 자료들을 쉽게 믿지 않는다.

왜일까?
그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느끼는 후회와 두려움이 진심이라 해도, 그것이 형사적 불이익을 피하려는 방어적 감정인지, 아니면 잘못의 근본 원인을 교정하려는 변화의 시작인지는 오직 ‘행동’으로만 증명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행동을 단순히 성범죄예방교육 이수증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변하고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오늘 이 글은 세 가지 약속을 제안한다. 이 약속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법원이 ‘진정한 반성’으로 인정하는 행동적 기준이자, 전문적인 성범죄예방교육의 가치이기도 하다.

첫 번째 약속: 자기 합리화의 장벽을 부수십시오

성범죄는 단순히 술에 취했거나 순간적인 충동으로 저지르는 실수가 아니다. 그 근저에는 왜곡된 성 인식, 권력의 오용, 충동 통제 실패, 피해자 공감의 결여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피고인이 “나는 원래 착한 사람인데, 그날만 실수했다”고 말하며 자신을 합리화하려 한다. 이 자기합리화의 장벽이야말로 변화의 가장 큰 적이다. 그 벽을 깨지 못하면 어떤 교육도, 어떤 상담도 의미가 없다. 즉, 사건과 행위 이면에 존재는 근본적인 문제인식 없이는 그 어떤 시도조차 효과가 떨어지며, 누구도 그런 시도에 공감하지 않는다.

진정한 반성이란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아니라, 내 사고방식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를 객관적으로 직면하는 과정이다. 그 순간부터 성찰은 비로소 시작된다.

그리고 이 성찰의 교육적 개입이 성범죄예방교육의 시작점이다.

실천 포인트

성범죄예방교육에서는 이러한 ‘자기 인식의 해체’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피교육자가 작성하는 사건 재구성 기록, 피해자 입장 이해 보고서는 자기합리화를 깨뜨린 증거가 된다. 이 자료는 법정 제출용 문서라기보다, 자신이 실제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적 기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두 번째 약속: 전문가의 개입을 ‘숙제’가 아닌 ‘치료’로 받아들이십시오

“혼자 반성하고 있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곡된 성적 인식과 행동 습관은 전문가의 객관적인 개입 없이는 교정되기 어렵다. 성범죄 재범예방교육, 인지행동치료(CBT), 감정조절 프로그램, 그리고 정기 심리상담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재범 방지를 위한 치료적 과정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피고인이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내적 통제를 회복하며,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은 법원에 제출할 문서보다 더 강력한 ‘인생의 증거’가 된다.

실천 포인트

  • 교육과 상담을 단발성으로 끝내지 말고, 꾸준히 참여하십시오.
  • 교육 중 느낀 변화나 깨달음을 일지 형식으로 기록하세요.
  • 교육 후에는 자신이 세운 변화 계획(예: 음주 회피, 인간관계 조정, 감정 통제법 실천)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해 보세요.

법원은 ‘얼마나 많이 울었는가’보다 ‘얼마나 꾸준히 노력했는가’를 본다.
그 지속성이 진정성을 입증한다.

성범죄예방교육

세 번째 약속: 목표를 ‘감형’에서 ‘재범 방지’로 전환하십시오

형사 절차에서의 현실적인 목표는 ‘선처’일 것이다. 그러나 감형만을 목표로 하면, 반성은 쉽게 형식으로 흐른다. 진정한 반성은 “형량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자기 교정의 여정’이다.

재판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삶이다.
사회로 돌아온 이후, 과거의 왜곡된 사고와 행동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세우는 것 — 그것이 진짜 반성의 완성이다.

이것이 진정한 성범죄예방교육이 지니는 진짜 가치이다.

미래를 위한 다짐

  1. 피해 회복 노력 — 피해자와 직접 합의가 어렵더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진심 어린 사과의 태도와 배상 노력을 지속하십시오.
  2. 환경 개선 — 음주 습관 개선, 위험 상황 회피,
    대인관계 조정 등 구체적 변화 계획을 세워 실행하십시오.
  3. 치료와 학습의 지속성 — 교육을 마친 뒤에도
    상담·자기성찰 활동·봉사활동 등으로 변화를 유지하십시오.

이런 노력이 꾸준히 쌓일 때,
‘반성’은 감정이 아니라 습관화된 삶의 태도로 자리 잡는다.

마무리하며 — 반성은 감정이 아닌 시스템이다

‘반성’이라는 단어는 부드럽게 들리지만, 그 속에는 가장 치열한 자기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이 있다. 성범죄 재범예방교육의 진짜 목적은 형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사고와 행동을 교정하여 재범 없는 삶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법정에서의 반성은 눈물이 아니라 태도다. 태도는 교육과 상담, 그리고 일상의 실천 속에서 증명된다. 감형은 결과일 뿐, 진정한 목표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변화의 과정이어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이 아닌 기회로 바라보라.
이 시간이 당신의 인생을 새로 쓰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진정한 반성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쓰는 자기 선언문이다.”

당신이 변화의 방향을 선택할 때, 법과 사회는 두 번째 기회를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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