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건을 겪는 많은 사람들은 재판을 준비하면서 “재범방지교육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법정에서 “교육 이수증만 제출하면 양형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묻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재판부의 시선은 그보다 훨씬 깊은 곳에 머문다. 재범방지교육은 물론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그 안에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원은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교육을 통해 무엇이 변했는가’를 본다. 결국 핵심은 피고인의 내면에서 일어난 ‘반성적 태도’의 변화다.
이 칼럼은 바로 그 ‘태도’의 본질과, 법원이 실제로 반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1. 재범방지교육, 양형자료의 전부일까?
재판을 앞둔 사람들에게 재범방지교육은 이제 거의 필수처럼 여겨진다. 많은 피고인들이 교육을 듣고 수료증을 제출하면 ‘양형자료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원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판사들은 이미 수많은 ‘이수증’을 봐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서류가 아니라, 그 서류가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변화’다. 교육을 들었다는 사실은 단순히 하나의 사실일 수 있다. 그 교육이 피고인의 사고방식과 생활 태도를 얼마나 바꾸었는지, 그 변화가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는지가 관건이다. 결국 재범방지교육은 양형자료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
그 위에 반성적 태도, 피해 회복 노력, 환경 개선 노력이라는 3가지 축이 함께 세워질 때, 비로소 법원은 그 사람의 진심을 납득한다.
2. 양형자료의 구조 이해: 법원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인가
형량은 단순히 범죄의 결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법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범행의 중대성, 피해 회복 정도, 전과, 사회적 파급력, 그리고 피고인의 현재 태도와 재범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 중 피고인이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영역은 단 하나다.
바로 ‘현재의 태도’, 즉 반성적 자세다. 과거의 행위는 이미 바꿀 수 없지만,
그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느냐는 전적으로 피고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법원은 반성의 정도를 단순한 말이나 글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럴싸한 반성문’보다는 “이 사람이 정말로 변하려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행동의 증거를 찾는다. 그것이 곧 신뢰의 근거가 된다.
3. 반성적 태도란 무엇이며, 어떻게 구성되는가
진정한 반성적 태도는 단순한 사과의 반복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그 원인을 성찰하며, 그 깨달음이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는 전 과정이다.
법원이 평가하는 반성의 깊이는 주로 세 가지로 구성된다.
- 인지적 반성 — 자신의 행동이 왜 문제였는지, 어떤 피해를 초래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수준
- 정서적 반성 — 피해자와 사회의 감정을 공감하고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능력
- 행동적 반성 — 깨달음을 바탕으로 실제 생활습관이나 환경을 바꾸려는 실천
재범방지교육은 이 중 세 번째 단계, 즉 행동적 반성을 시작하는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인지적 반성과 정서적 반성이 선행되지 않은 행동적 반성은 크게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여기에 온라인 영상교육의 한계가 존재하며, 우리 모두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즉, 재범예방교육 수료증 한장만으로는 그 반성의 뿌리를 찾기가 어렵다.
4. 재범방지교육의 근원적 동기
재범방지교육은 범죄의 특성에 따라 내용을 달리한다. 성범죄, 음주운전, 경제범죄, 폭력범죄 등 각 유형에 맞춰 재범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인지적 전략을 훈련한다.
따라서 얼핏 교육 이수 자체는 ‘재범의지 없음’을 보여주는 지적 증거가 되 보일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 그 뿌리를 확인할 수 없다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
그렇다면 교육 이수 외에 ‘반성적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은 무엇일까?
- 심리·성찰 자료: 정신건강 상담일지, 심리코칭의견서, 반성문 등
- 피해 회복 노력: 단순히 금전적 변제뿐 아니라, 사과문, 피해자 편지, 진심 어린 대면 사과 등
- 환경 개선: 음주나 중독 문제는 치료·상담 기록, 직업 불안정은 취업·재활 계획으로 증명
- 사회적 책임 실천: 지역 사회 봉사활동, 종교 모임, 상담 참여, 자발적 기부 등
이 모든 것이 모여야 ‘반성적 태도’라는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특히, 심리 성찰자료는 반성적 태도를 나타내는 설계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생각해보자. 갑자기 누군가의 범죄행위가 적발된 사실만으로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한 행동적 반성을 위해 재범예방교육을 학습한 것과 적발된 범죄행위를 계기로 전문가와 함께 성찰과정을 거쳐 그 결과 필요한 교육을 학습하는 것. 어떤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까?
재범방지교육은 그 그림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
5. 진정한 반성, 효과적 자료
많은 이들이 착각하듯, 재범방지교육이 양형자료의 전부는 아니다. 재범예방교육은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자료의 한 부분이며, 그 위에 세워져야 할 것은 인지적 반성과 정서적 반성 그리고 ‘성찰을 통한 행동 변화’다.
양형자료는 단순히 제출용 서류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증명하는 삶의 기록이다. 이 과정이 형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루어질 때, 그 문서 한 장은 단순한 자료를 넘어 ‘인간의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법원은 결국 ‘진정성’을 본다.
가장 강력한 양형의 무기는 변호인도, 서류도 아닌 피고인 본인의 태도다.
형식적인 이수증 한 장보다, 행동으로 드러나는 변화 한 줄이 더 큰 힘을 가진다.
“재범방지교육은 시작일 뿐이다.
법이 진심을 보는 순간은, 변화가 행동으로 증명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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