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공간, 마주함

2025.09.18

형사재판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반성문을 제출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어떤 사건에서는 수십 장씩 쏟아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판사들이 이 반성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장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판사는 “반성문을 낸 횟수나 내용만으로는 진정성 있는 반성인지 가려내기가 어렵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결국 종이에 적힌 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무엇을 근거로 ‘진정성’을 가늠할까요?

행동으로 확인되는 반성

판사들은 말보다 행동을 봅니다. 단순히 ‘죄송하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판결문에서도 “스스로 심리상담치료와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으며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고…”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이는 피고인의 자발적인 재범예방의지의 표현이 긍정적 정상으로 참작된 사례입니다. 즉,  봉사활동, 자발적 교육 참여와 같은 구체적 행위가 뒤따를 때 비로소 반성이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피해자와의 태도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물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있다면 재판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반대로 “술 때문에 그랬다”거나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는 식의 태도는 반성의 진정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재범 방지 노력의 구체성

재판부가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것은 단 하나입니다. “이 피고인이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까?”
그래서 판사는 범행 후 어떤 노력을 했는지 살핍니다. 재범예방교육 이수, 전문 상담 참여 등 소위 말하는 ‘양형자료’는 단순히 보여주기용이 아닌 실제 생활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되어야 합니다. 형법 제51조는 양형 사유로 “범행 후의 정황”을 규정하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 이러한 행동들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

결국 법원이 원하는 반성은 말이 아닙니다. 재판부가 눈여겨보는 것은 구체적 행동으로 증명된 태도 변화입니다. 반성문은 그저 출발점일 뿐이고, 자기 인식의 변화, 피해 회복 조치 등과 같이 실질적인 노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진정성 있는 반성’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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